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목회의 길을 걸어온 지가 24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생각해 보니 처음부터 목회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한 해 한 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그 부르심을 따라 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걸어온 24년, 그 걸음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도하심 가운데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원칙들을 하나님이 제게 보여주신 목회철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수동적인 열심
교회는 예수님께서 친히 세우시는 예수님의 소유된 교회입니다(마16:18). 저는 그 분의 몸된 지체 중 지극히 작은 한 부분일 뿐이지요(고전 12:12). 따라서 목회란 목회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 안에 계신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것이라고 전 믿습니다(갈2:20). 내 안에 살아 역사하시는 그 분이 능동적으로 일하시도록 저는 최선을 다해 수동적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2. 본질로 부터
본질로부터 나오지 않는 것은 본질을 훼손합니다. 교회가 본질을 잊어버리는 순간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들로 가득채워지게 됩니다. 예배는 왜 하는지? 기도란 무엇인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신앙생활이란 무엇인지? 선교란 무엇인지?
그 본질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예배 아닌 콘써트를 혹은 강연을 예배라 생각하며 드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지속되면 예배의 본질인 하나님과의 만남은 사라지게 됩니다. 기도가 그 본질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금식은 단식투쟁이 되고,
철야는 하나님의 보좌를 흔드는 협박이 됩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사귐을 위한 대화라는 그 본질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행하여 지는 모든 행위들이 이런 본질 찾기에서 시작되기를 소원합니다.
3. 좌로도 우로도 갈 수 있는 균형
성경에는 극단적으로 보이는 양끝이 있습니다. 사회적 변화를 강조하기도 하는 반면에 개인의 구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지적이고 이성적인 작업을 요구하는 반면에 이성을 넘는 기적과 은사들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균형을
말합니다. 어느 한 쪽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말하는 균형이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는 균형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적이지도 영적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사회적 참여도 개인구원을 위한 전도도 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적어도 자신들은 균형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하는 명령은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지켜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수1:7)”하는 것입니다. 즉 좌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고, 우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음으로 인해 생겨나는 균형이 바로 성경적 균형이라고 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목회철학들을 기억하며 시카고에서 좋은 교회로 함께 지어져 가기를 소원합니다.